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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른이 된다는 것
작성자 : 관리자(visualcanada@naver.com)   작성일 : 2017-04-18   조회수 : 4246 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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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어렸을 때,
어른이 된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.
당시엔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전혀 없었기에
항상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하루를 마쳤고
저녁이면 평생 늙지 않을 줄로만 알았던 
엄마 아빠의 품안에서 늘 따뜻하게 잠들곤 했다.

 

그러던 내가 처음으로 어른이 된다는 걸
느끼게 된 것은 고2 가을이었다.
마침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와
반가이 얘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
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
우리 집 철문에 간신히 끼워져 있는
우편물이었다.
엄마 카드 고지서가 왔나 보다 하고
무심하게 훑어 본 뒤 
식탁에 던져놓고는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.

 

그 종이를 제대로 본 것은 엄마가 돌아왔을 때였다.
우편물을 부시럭거리며 들춰보던 엄마는 
보기 드물게 큰소리로
어머어머.” 하다가 나를 돌아보셨다. 그러더니
, 너 주민등록증 만들라고 종이 날라왔네!”
그러는게 아닌가!
멍하니 있다 종이를 건네받아보니
진짜 내 이름 석자가 그 곳에 박혀 있었다.
심장이 쿵 내려앉았다.
주민등록증이라니...
어른이 되는 것은 아주아주 먼 일이겠거니 생각했건만
그런 나의 생각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
그 한장의 종이가
넌 이제부터 어른이 되어야 해.
라고 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  
설레어하는 엄마와는 달리 
난 마음이 왠지 복잡해졌다. 
일이 끝나고 항상 피곤한 기색으로
집에 들어서는 엄마의 모습이
어른이 된 나의 모습과 순간 겹쳐 보였다.
  
어른이 된다는 것은
곧 내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고
그것은 엄마 아빠의 따뜻한 품에 
마냥 파묻혀 있을 순 없다는 것이리라
갑자기 앞으로 내게 다가올 일들이 
두렵게 느껴졌다.
결국 나는 고3이 될 때까지
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았다.
왠지 미룰 수 있을만큼 미루고 싶었다.
지금의 내가 돌아보면
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불안감이었는데
더 큰 불안과 책임을 떠안고 싶지 않은
성숙하지 못했던 나의 소심한 방어였던 것 같다.
 
주민등록증도 만들고 여권도 생긴 나는 
지금 캐나다에서 취업준비를 한다.
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
주민등록증을 만들어야 할 때와는
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두렵고 불안하다.
하지만 적어도 맞서야할 순간을 미루는
소심한 결정은 하지 않는다.
아마 이것이 어른이 된 진정한 증거가 아닌가 싶다.
 
돌파하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
참된 어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?
취업의 문이 생각보다 너무 좁고 버겁지만
이젠 더이상 두려움 때문에 미루기만하던 
예전의 내가 아니기에 
이 먼 나라까지 와서
취업의 돌파구를 찾으려 하는 것이다.
 
결과는 모른다. 하지만,
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한다.
나는 적어도 어떤 도전 앞에서 도망치지는 않으며
내인생에 대해 성실히 책임을 지고 있기 때문이다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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